나선혜(순천대학교 10·19연구소)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1주년을 기념하여 ‘전남 동부권 대학생의 여순사건 인식 조사’라는 제목으로 『시선』에 실린 글이 있다. 여수·순천을 비롯한 전남 동부권 내에서 지역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을 알리기 위한 청년들의 활동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관심들이 너무나 저조하다는 내용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어떨까. 당시 침묵하던 이 지역의 청년들이 이제는 지역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작년부터 10・19를 알리기 위한 청년 서포터즈나 대학생 연구회의 활동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 않고 활동의 파급성이나 지속성에서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범위와 성과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의 아픔을 기억하고 10・19의 평화와 인권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이들의 의지가 없다면 10·19가 맞이할 완연한 봄은 영영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지역 청년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0·19에 관심을 갖게 하고 역사 의식을 함양하게 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결국 교육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필자는 10·19의 역사 그 자체에 대한 교육도 좋지만, 문학을 활용한 교육을 제안하는 바이다. 문학은 인간의 삶과 현실을 작품 속에 생생하게 재현하고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학교육의 장에서 학습자는 작품 속에 형상화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역사와 삶을 되돌아보는 한편, 자기가 속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이 지역에 10·19 문학을 이끄는 백시종이나 정미경, 양영제, 우동식과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있다. 이들의 작품을 읽고, 관련된 텍스트를 비교하며 감상하고, 함께 읽은 이들과 소통하고,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이 다양한 교육의 장에서 이루어진다면 10·19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논의의 장을 향유하며 이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된다.
단순히 역사적 지식만을 습득하는 장이 아닌,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가진 학습자들이 작품을 매개로 자유롭게 상호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 구성될 때 10·19에 대한 주체적 인식과 그 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감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나아가 이는 학습자들의 성찰을 이끌고 구체적인 참여의 움직임을 추동하게 될 것이다.
가장 주체적인 삶은 자신이 자리한 지역의 삶을 반영한 총체적인 형태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강조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의 형성 또한 지역민이라는 의식의 형성 및 확장으로부터 가능할지도 모른다.
10·19 문학을 통해 지역의 문제, 또는 지역적 삶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이 위치한 지역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지역에서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함으로써 청년들은 지역 안에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고 지역의 문제를 사유하고 이를 자기 삶과 연결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기르고 그 지역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10·19 문학을 읽고 소통하는 일은 한정된 지식과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10·19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상기 기고문은 7월 29일 순천광장신문 홈페이지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agor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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